7년차 취준생 백수인 허생은 룸메의 갈굼을 못이겨 집을 나온다. 그는 비탈릭 부테린에게 트윗을 날려 만 이더를 에어드랍으로 빌리고, 3개월만에 코인판을 휩쓴다. 그리고는 채굴을 위한 좀비 클라우드를 확보하고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한다.
구로에 모인 국비지원수료생들을 위해 정부부처와 광역지자체별로 지원금을 풀어 채용박람회를 열었으나, 좀처럼 일자리를 얻지 못하였다. 국비지원 수료생들도 감히 더 취준활동을 못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허생이 부트캠프를 찾아가서 수료생들과 함께 그들을 이끄는 취업담당관을 달래어 물었다. “천 명이 퍼블리싱 프로젝트를 따서 나누면 시급이 얼마씩 돌아가지요?”
“시간당 만 오천원이지요.”
허생이 이르기를 “모두 경력이 있소?”
국비수료생들이 “없소.” 하자 허생이 다시,
“스펙은 있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수료생이 어이없이 웃었다.
“경력도 있고 스펙도 있는 놈이, 뭣 때문에 괴롭게 부트캠프를 들어간단 말이오?”
허생이 이르기를, “정말 그렇다면 왜 인턴으로 경력과 스펙을 쌓으면서 퍼블리싱부터 하려 하지 않는가?
그럼 코더 소리 안 듣고 살면서, 커리어개발하는 낙이 있을 것이요, 이직하여도 짤릴까 걱정을 않고 네카라쿠배로 입성하여 오래도록 안정적인 삶을 살 텐데.”
수료생이 이르기를, “아니, 당토직야라도 마다할 이유가 있겠소? 다만 실력이 없어 못할 뿐이지요.”
허생이 웃으며 이르기를, “코딩을 하면서 어찌 실력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의 실무 기회를 마련할 수 있소. 내일, 위시켓과 크몽에 합장 이모지를 붙인 것이 모두 가성비 외주 프로젝트들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허생이 수료생들과 언약하고 사라지자, 수료생들은 모두 그를 스캠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수료생들이 크몽와 위시켓을 열어 보았더니, 과연 허생이 300억어치의 가성비 프로젝트를 올려둔 것이었다. 모두들 크게 놀라 허생에게 줄지어 DM을 날렸다.
“오직 파운더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허생이 “캐파를 생각하고 일을 가져가라”고 말하자, 수료생들이 앞다투어 프로젝트를 가져갔으나 외주비가 1인당 천만원을 넘지 못했다.
허생이 이르기를 “이제 당신들이 천만원짜리 프로젝트도 수주할 수 없으니 무슨 개발을 하겠는가?
이제 당신들이 네카라쿠배로 들어가려 해도 국비수료생 명단에 올랐으니 좋소밖에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내일까지 그대들을 기다릴테니, 사람이 프로젝트 계약금 선불로 오백만원씩 가지고 가서, 사람마다 위워크 핫데스크 1석 이용권과, 신형 맥북프로 1대씩 사서 오너라.”
국비수료생들은 ‘앗싸’하고 모두 흩어졌고, 허생은 몸소 1천 명의 1년치 연봉을 마련하고 기다렸다.
이윽고 수료생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모두싸인으로 계약서를 쓰고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허생이 국비과정 수료생을 모두 취업시키니 나라 안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GPU를 돌려 코인을 채굴하고, 자신의 맥북을 노드로 만들었다.
새로 나온 애플 실리콘 칩이 전력가성비가 좋았기 때문에 채굴이 잘 돼서, 메모리 오버를 걸지 않아도 해시레이트가 잘 나왔다.
3년치 BEP를 맞춰놓고 채굴수수료를 모두 바이낸스에 가져다가 팔았다.
바이낸스는 아일랜드에 지주회사를 둔 가상화폐거래소로 직원이 삼천여 명이 된다.
마침 코인 시장에 겨울이 와서 허생은 판 돈을 투자하고 과반이 넘는 지분을 얻었다.
허생이 탄식하며 “인제 뉴리치 파이어족이 되었구나.” 하고, 개발자 1천 명을 모아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채굴을 시작할 때에는 먼저 옵션을 주고 우리사주 이사회를 꾸려 정관을 새로 제정하려 하였다.
그런데 클라우드 스토리지가 적고 경영능력이 부족하니 나는 인제 회사를 떠나련다.
다만, 주니어를 뽑거들랑 러스트를 가르쳐라. 한 줄이라도 먼저 코드를 쓴 사람이 아비트라지를 먹도록 양보케하라.”
허생은 스토리지 메타데이터가 담긴 토큰을 모두 소각하면서 말했다.
“트랜스액션 로그를 못 찍으면 클라우드를 찾는 이도 없으렷다.”
그리고는 바이낸스 지분 45%를 사회복지법인에 백지신탁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사라지면 회수할 사람이 있겠지. 해외거래소 지분은 우리나라에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법인에서랴!” 했다.
그리고 정적 타이핑과 가비지 컬렉션이 뭔지 아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배에 태우며 이르기를, “이 클라우드에 화근을 없애야 되지.”
이리하여 허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의지 없는 사람들에게 창업강연과 엔젤투자를 하며 구제했다.
그러고도 여전히 현금화할 지분이 남은 것을 보고, “이건 부대린에게 갚을 것이다."하였다.
허생이 부대린을 멘션하며 “나를 알아보시겠으셈?”하고 말하자, 부대린이 놀라 물었다.
“그대의 팔로워가 조금도 늘지 않았으니, 혹시 소득 없이 만 이더 날린거 아님요?”
허생이 웃으며 말했다.
“토큰으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당신들 일일 뿐이오. 만 이더가 어찌 민주주의를 이롭게 하겠음?ㅋ” 하고는 국제변호사를 통해 남은 바이낸스 지분을 부씨에게 넘겼다.
“내가 하루 아침의 갈굼을 견디지 못하고 트렌드 분석을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님한테 만 이더 에어드랍 받았던 게 부끄럽삼,,”
부대린은 크게 놀라 DM으로 감사를 표하고, 거래소 수수료만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그러자 허생이 잔뜩 역정을 내며 “내 크립토족인 줄 아니? 나 아사골의 허생이야!”하고는 블락을 걸고 잠수를 탔다.
부대린은 가만히 IP추적을 하여 허생이 서울 신림동 부근에 산다는 것을 알아냈다.
허생을 팔로우하며 그와 서로 멘션하는 고인물이 있어, 부대린이 구글 번역기를 돌려 DM으로 물었다.
“당신의 멘션이 향하는 트위터리안, 누구 계정 무엇?”
고인물이 이르기를, “서울 사는 허씨 계정임. 청년기본소득으로 사는 형편에 트렌드 분석만 좋아하더니,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다섯 달이 지나도록 안 돌아옴 ㅋ
룸메가 혼자 사는데, 집나간 날로 실종신고 때려벌임.”
부대린은 비로소 그가 K-코인러인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부씨는 지분소유증명서를 모두 가지고 직접 한국으로 찾아와 돌려주려 했으나 허생은 받지 않고 거절하면서 구글 번역기로 말했다.
“내가 부자가 되고 싶었다면 40%를 버리고 20%를 받았겠음? 이제부터는 당신이 도움 좀 주셈.
당신은 가끔 내 월렛을 보고 테더나 넣어주고 NFT나 챙겨주시면 됨.
일생을 그러면 행ㅋ벅ㅋ,, 그 누가 코인 때문에 정신 버리고 돈버리고 살고 싶겠음요?”
부씨가 허생에게 VC 심사역 자리나 C레벨 자리를 권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부씨는 그때부터 스마트 컨트랙트를 하나 짜서 허생의 월렛에 잔금이 떨어질 때쯤 되면 바로 몸소 에어드랍을 해 주었다.
허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코인을 너무 많이 보내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이르기를, “나에게 재앙을 갖다 맡기면 어이하니?” 하였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멘션과 리트윗이 날로 쌓여 갔다.
어느 날 부대린이 5달 동안에 어떻게 1위 거래소 지분의 40%나 되는 돈을 벌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마지막 편에 계속)